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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미스티>, KBS <라디오로맨스> 특별근로감독 요청···드라마 제작현장 노동실태

딸기21 2018. 3. 1. 11:17

JTBC가 금·토요일에 방송 중인 드라마 ‘미스티’는 오랜만에 TV에 복귀한 주연배우 김남주의 연기와 세련된 패션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 뒤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은 하루에 몇 시간 잠도 자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드라마 제작 종사자 10명 중 6명이 하루 20시간 넘게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5개 단체가 참여하는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TF’는 28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현장의 노동환경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14일까지 온라인에서 이뤄졌고 촬영, 연출, 조명, 미술, 소품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 113명이 참여했다. 프리랜서가 67.0%로 가장 많았고 계약직 19.6%, 외주정규직 8.9%가 뒤를 이었다.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TF가 28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드라마 제작 현장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언론노조 제공


응답자들 중 60.9%인 67명은 하루 20시간 이상 일을 한다고 했다. 한번 시작한 근무를 ‘날이 바뀌도록’ 계속했다는 사람도 5명이었다. 이들이 전한 촬영현장의 노동 조건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열악했다. 53시간 촬영 후 졸음운전을 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새벽에 일이 끝났는데 차비도 연장수당도 받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휴일 전날엔 더 무리해서 촬영을 한다거나, 휴식시간을 보장해주지 않을뿐 아니라 스케줄조차 알기 힘들었다는 답변도 나왔다. 방송업은 ‘노동시간 특례업종’이어서 사용자 재량권이 많지만 이 경우에도 사용자가 노동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했을 때에만 주 12시간 넘게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에선 서면 합의 없이 장시간 근로를 강요하고 있다”고 TF는 밝혔다.

이렇게 일하고도 받는 돈은 적었다. 경력 10년 이상인 사람은 평균 475만원, 1년 미만은 291만원을 받았다. 현금 대신 상품권으로 임금을 준 사례가 2건, 소품이나 간접광고(PPL) 물품으로 지급한 사례 2건, 아예 주지 않은 사례 9건도 신고됐다. TF는 “근로기준법상 가산해줘야 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주는 사례가 여럿 확인됐다”고 했다. 안전문제에 대한 설문에 응답한 84명 중 72.6%(61명)는 “현장에 안전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안전장비가 없다는 답변이 27.3%, 세트장 부실 27.3%, 촬영장비 위험 18.2% 순이었다. 일하다 다쳐 치료를 받은 66명 중 40명이 치료비를 자기 돈으로 모두 냈다고 했다.

TF는 임금체불, 산업안전 위반, 근로시간 위반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드라마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대상은 JTBC ‘미스티’, KBS 2TV ‘라디오로맨스’, OCN가 방송할 예정인 ‘그 남자 오수’, tvN ‘크로스’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5개 부처 합동으로 방송 외주제작에서 불공정 관행을 고칠 종합대책을 내놨다. TF는 “컨트롤타워 없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실효성 없는 대책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tvN ‘혼술남녀’의 조연출을 하다가 목숨을 끊은 이한빛씨 유족들 주도로 만들어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탁종렬 소장은 “지난 3년간 방송을 제작하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단 한 명도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 했다”며 “더이상 장시간 노동을 부르는 제작환경을 묵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정기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주 2회 편성이라는 출혈경쟁 시스템이나 ‘쪽대본’ 문제같은 관행을 바꾸려면 방송사들이 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방통위가 의지를 갖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